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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리뷰 - 바티칸 버전 퀸카로 살아남는 법

by Tabby_Moon 2025. 5. 5.

 


 

 

Conclave

콘클라베

 

개요 : 드라마 / 영국, 미국 / 2시간 / 2025. 03. 05 개봉 / 12세

감독 : 에드워드 버거

출연 : 랄프 파인즈(로렌스 추기경), 존 리스고(트랑블레 추기경), 스탠리 투치(벨리니 추기경), 이사벨라 로셀리니(아녜스 수녀)

내 별점 : ⭐⭐⭐⭐ 4.5

 

 

 

시놉시스

 

교황의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의 총책임자를 맡게 된 로렌스 추기경(랄프 파인즈). 콘클라베를 위해 외부와의 접촉이 모두 차단되기 직전, 그에게 유력 후보인 트랑블레 추기경(존 리스고)이 사실은 교황의 사망 전에 해임을 당했다는 제보가 들어오는데... 유력 후보들의 스캔들 속에 새로운 교황의 자리는 과연 누구에게로 향할까?

 

 

 

 

콘클라베란?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곧 콘클라베가 열릴 것이라는 말에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콘클라베가 뭘까? 곧 그것이 교황을 뽑는 절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콘클라베는 라틴어로 '쿰 클라비(Cum Clavis, 열쇠로 걸어 잠글 수 있는 방)'라는 단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단어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데, 1268년 클레멘스 4세의 사망 후 무려 3년 동안 교황을 뽑지 못하자 분노한 로마 시민들이 추기경들을 한 곳에 감금하고 빨리 새 교황이 선출될 수 있도록 회의를 독촉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출된 그레고리오 10세는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 제도화시켰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옛날처럼 한 방에만 유폐시키지 않는다지만 역사책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런 절차가 현대에도 계속되고 있고 그것이 곧 열릴 것이라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나는 이 영화를 관람해 보기로 했다.

 

 

 

성스러우며 고고하지만, 본질은 탐욕과 교활한 음모

 

 

이 영화가 바티칸 버전 '퀸카로 살아남는 법' 이라는 말이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는데, 난 이 비유가 정말로 그럴듯하고 유쾌하다고 생각한다. 닮은 점이 단 하나도 없을 것 같은 두 영화이지만 비슷한 장면도 있고 여러 사람들이 모인 집단의 갈등을 보여주는 방식이 닮았기 때문이다.

 

 


 

 

보면 볼수록 흥미진진한 바티칸의 조용한 싸움

 

사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이랑 닮았다는 정보를 알고 봤기 때문에 이 영화의 분위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지만, 포스터만 보고서는 이렇게 권모술수와 거짓말이 난무하는 영화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어? 약간 지루하게 흘러가나? 싶다가도 점점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전개에 지루함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야말로 정숙하고 엄격한 바티칸의 탈을 쓴 권력암투물이다.

 

 

 

가장 높은 자리 그 이상의 이야기

 

마음껏 호평하고 나서 이런 말을 하기에는 민망하지만, 나는 이런 권력싸움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 유명한 '후궁견환전' 등의 권력암투물도 본 적이 없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런 종류의 이야기는 깊이가 얕은데다 소위 사이다라고 불리는 복수를 매개로 한 단순한 즐거움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왜 유독 콘클라베만은 좋았다고 하는가. 그것은 권력싸움보다도 더 깊은 곳에 깔린 철학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하는가, 어떤 한 집단이 가부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모습에서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보여 주는 영화는 단순히 누가 패하고 이기고 올라가는 이야기 그 이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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