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GM을 켜고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장마가 지나가고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정말로 여름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내 생각에 여름은 참 아이러니한 계절이다. 괴로운 더위 때문에 싫어지다가도, 그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이 그리워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여름만의 느낌을 화가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5개의 명화와 함께 감상해보려고 한다.

𝐋𝐮𝐝𝐰𝐢𝐠 𝐅𝐞𝐫𝐝𝐢𝐧𝐚𝐧𝐝 𝐆𝐫𝐚𝐟 (𝐀𝐮𝐬𝐭𝐫𝐢𝐚𝐧, 𝟏𝟖𝟔𝟖–𝟏𝟗𝟑𝟐) -
𝐒𝐜𝐡𝐰𝐢𝐦𝐦𝐛𝐚𝐝
금방이라도 수영하는 사람들의 첨벙 소리와 왁자지껄한 말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이 그림은 오스트리아의 화가 루드비히 페르디난트 그라프의 '수영장'이다. 채도 높은 선명한 색감을 사용해서 쨍쨍한 여름 날씨가 잘 느껴지고,
물에 비친 생동감 있는 윤슬과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활기 넘치는 순간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묘사가 이 그림을 계속 보고 있게 만든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수영장에 가고 싶어지는 이런 기분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𝐏𝐢𝐞𝐫𝐫𝐞-𝐀𝐮𝐠𝐮𝐬𝐭𝐞 𝐑𝐞𝐧𝐨𝐢𝐫 (𝐅𝐫𝐞𝐧𝐜𝐡, 𝟏𝟖𝟒𝟏-𝟏𝟗𝟏𝟗) -
𝐒𝐮𝐦𝐦𝐞𝐫
지친 듯 어딘가 다른 곳을 보는 멍한 표정과 습기 때문에 끈쩍해보이는 머리카락. 딱 여름 더위에 힘겨운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던 르누아르의 그림이다.
작품마다 거의 대부분 인물을 중심으로 인간 중심적인 그림을 그렸던 르누아르. 그의 그림을 볼 때 유화 그림이지만 가끔 사진 같다는 느낌을 받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이 그림이 그렇다.
인물의 표정이나 자세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마치 요즘 찍은 듯한 사진을 보는 것 같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초록빛이 도는 그림의 톤도 카메라 필터를 씌운 것처럼 여름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어서, 여름이구나! 하는 감성을 표현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비록 그림 속 인물은 이런 분위기를 그다지 즐기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오히려 현실적인 모습이 약간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것 같다. '더울 때 내 모습과 닮았네'라고 생각하는 나처럼.




𝐉𝐨𝐚𝐪𝐮í𝐧 𝐒𝐨𝐫𝐨𝐥𝐥𝐚 (𝐒𝐩𝐚𝐧𝐢𝐬𝐡, 𝟏𝟖𝟔𝟑-𝟏𝟗𝟐𝟑) - 𝐂𝐡𝐢𝐥𝐝𝐫𝐞𝐧 𝐎𝐧 𝐓𝐡𝐞 𝐁𝐞𝐚𝐜𝐡, 𝐕𝐚𝐥𝐞𝐧𝐜𝐢𝐚
위의 두 그림이 초록빛의 여름을 잘 표현했다면 이 그림은 바다와 함께하는 푸른빛의 여름을 표현했다. 시원하면서도 파도 치는 소리마저 들릴 것처럼 생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그린 호아킨 소로야는 어쩌면 여름이라는 주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화가일 것이다. 그것은 스페인의 이국적인 풍경과 바다에 대한 작품을 많이 남긴 덕분이기도 하지만 밝은 햇빛이 비치는 물과 사람을 현장감 있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르누아르처럼 소로야도 풍경 그림뿐만 아니라 많은 초상화를 남겼다. 이 두 화가는 초상화가 아닌 작품에서도 인물이 그림의 중심이 되도록 그리는 인간 중심적인 스타일을 보이고 있는데, 전혀 다른 화풍을 가지고 있어도 화가의 성향에 따라 이런 닮은 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𝐇𝐚𝐧𝐬 𝐁𝐨𝐡𝐫𝐝𝐭 (𝐆𝐞𝐫𝐦𝐚𝐧, 𝟏𝟖𝟓𝟕-𝟏𝟗𝟒𝟓) -
𝐇𝐚𝐩𝐚𝐠 𝐃𝐚𝐦𝐩𝐟𝐞𝐫 ‘𝐑𝐞𝐥𝐢𝐚𝐧𝐜𝐞’ 𝐯𝐨𝐫 𝐉𝐚𝐦𝐚𝐢𝐜𝐚
무성하게 우거진 야자나무 뒤로 자메이카의 푸른 앞바다가 보이고, 나무들 사이로 연기를 뿜어내는 증기선이 지나가고 있는 이 그림은 한스 보르트의 작품이다.
한스 보르트는 '해양 화가' 라는 이름에 걸맞게 작품 활동 대부분을 바다와 선박을 묘사하는 데 할애한 그야말로 바다 풍경 전문 화가였다. 그의 바다 사랑은 15세 때 독일 함부르크 항구를 방문하면서부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증기선이라는 운송 수단이 주는 시대적인 낭만과 이국적인 풍경을 같이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𝐅𝐫𝐞𝐝𝐞𝐫𝐢𝐜𝐤 𝐂𝐚𝐫𝐥 𝐅𝐫𝐢𝐞𝐬𝐞𝐤𝐞 (𝐀𝐦𝐞𝐫𝐢𝐜𝐚𝐧, 𝟏𝟖𝟕𝟒-𝟏𝟗𝟑𝟗) -
𝐑𝐞𝐩𝐨𝐬𝐞 𝐚𝐭 𝐍𝐨𝐨𝐧𝐝𝐚𝐲
어느 한적한 물가에 두 사람이 나들이를 나와서 정오의 휴식을 즐기고 있다. 한 사람은 양산으로 햇빛을 막으며 물에 발을 담가 보고, 다른 한 사람은 나무 보트에 탄 채로 물결을 손으로 헤집어 본다.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그린 프레드릭 칼 프리스크는 거의 대부분의 생애를 프랑스에서 보낸 미국인 인상주의 화가다. 파리와 근교에 있는 지베르니의 별장을 오가며 생활했던 그는 별장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그림으로 남겼다고 한다.
인상주의에 관심이 있다면 지베르니라는 지명이 익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인상주의 대표 화가 클로드 모네가 살았던 곳이며 여러 잘 알려진 작품의 배경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프리스크의 작품을 감상하면 그림의 풍경에서 모네의 집과 닮은 장소를 찾아보는 조그마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 동네 한 바퀴 > 취향 미술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𝐶𝑜𝑙𝑙𝑒𝑐𝑡𝑖𝑜𝑛] 그림으로 느끼는 가을, 가을 명화 모음 2 (7) | 2024.10.09 |
---|---|
[𝐶𝑜𝑙𝑙𝑒𝑐𝑡𝑖𝑜𝑛] 그림으로 느끼는 봄 날씨, 봄 명화 모음 (0) | 2024.04.09 |
[𝐶𝑜𝑙𝑙𝑒𝑐𝑡𝑖𝑜𝑛] 명화로 느끼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3) | 2023.12.09 |
[𝐶𝑜𝑙𝑙𝑒𝑐𝑡𝑖𝑜𝑛] 그림으로 느끼는 겨울 분위기, 겨울 명화 모음 (1) | 2023.11.04 |
[𝐶𝑜𝑙𝑙𝑒𝑐𝑡𝑖𝑜𝑛] 그림으로 느끼는 가을, 가을 명화 모음 (0) | 2023.10.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