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도장깨기 하고 있는 나는 벌써 여러 편의 작품을 읽었다. 그중 유명한 명작도 많이 읽었지만 아직 못 읽어 본 작품도 많았는데 우연히 교보문고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언젠가 꼭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라 구매하고 기쁜 마음으로 읽은 결과는 '괜히 크리스티가 자신의 베스트 작품 10에 뽑은 게 아니다'였다. 예상할 수 없지만 정교히 짜여 있는 스토리의 대가답게 나는 이번에도 범인을 맞추지 못했지만, 조그마한 퍼즐 조각에서 결국에는 한 그림을 이루는 이 작품의 치밀함에 감탄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인상 깊었던 이 책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모든 정황이 하나의 지점을 향해 가는 거야. 그리고 정해진 시각이 되었을 때 정점으로 치닫는 거지. 0시라고 해 두세. 그렇지, 모든 것이 0시를 향해 모여드는 거야...."
Information
서명 : 0시를 향하여 Towards Zero
저자 : 애거서 크리스티
출판사 : 황금가지
분야 : 추리, 미스터리
나의 별점 : ⭐⭐⭐⭐
줄거리
성공한 테니스 선수인 네빌 스트레인지는 부인 오드리와 이혼했다. 이유는 네빌의 외도 때문. 결국 네빌은 누가 보아도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케이와 재혼했지만 행복해 보이는 결혼 생활 뒤로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갈등이 숨어 있었다. 바로 '전 부인과 현재 부인이 서로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 는 네빌의 어처구니없는 바람 때문이었는데, 이를 위해 네빌은 매년 트레실리안 부인의 저택을 방문하는 오드리를 따라 같은 시기에 부인을 데리고 저택으로 갈 계획을 세운다.
"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들 하고 있어. 우리가 다 친구가 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지? 그렇게 지내면 만사가 아주 단순해질 거야."
" 뭐라고 해야 할까, 오드리를 보면 소름이 끼쳐요. 그게 무엇 때문인지는 나도 몰라요."
네빌의 제안이 탐탁지 않았던 케이는 그의 계획을 반대했지만 어쩔 수 없이 오드리와 마주치는 9월에 그 저택을 방문하게 되었다. 거의 모두가 네빌의 황당한 계획을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가운데, 그런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네빌의 예상과는 달리 평화로움과 거리가 먼 휴가가 하루 하루 지나가고 있는 때였다. "트레브스 씨도 내일 저녁 식사에 오실 거야." 지금은 은퇴한 범죄 전문가인 트레브스 씨는 트레실리안 부인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로서 비록 나이들었지만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력을 지닌 노신사였다.
"살인자들 대부분은 한심할 정도로 시시한 데다 바로 코앞의 일밖에는 생각하지 못해요. 하지만 말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더랬습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기억에 남는 사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가 저지른 살인 사건. 그 아이의 성별이나 이름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실수로 일어난 사고로 판결받았지만, 트레브스 씨는 계획된 살인이라고 확신한다는 것이었다. "오래 전의 사건이었지만, 나는 이 꼬마 살인자를 어디서 다시 만나든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아주 독특한 신체적 특징이 있었으니까요." 말을 마친 그는 이제 정말로 숙소로 돌아가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밤 인사를 건네며 바깥으로 나섰다.
그리고 트레브스 씨는 이튿날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평소에 심장 질환이 있어 계단을 주의해야 했지만 하필 전날 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꼭대기 층까지 걸어 올라갔던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숙소의 직원들은 간밤의 승강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고 말하는데....
"너무나 이상해요. 어떻게 그렇게 죽을 수가 있지요?"
"심장 마비였어요. 원래 심장이 약했다잖습니까."
"왜 고장 나지도 않은 승강기에 고장 났다는 표시가 걸려 있었느냐는 거예요. 그게 계속 마음에 걸려요."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어쩌면 트레브스 씨가 했던 말은 경고가 아니었을까?
끝맺음
※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두 개의 프레임에서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을 생각해보자. 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비관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버릴 뻔한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살인 사건에 휘말려 억울한 누명을 쓰기 일보직전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의 세상에 뛰어들어와 그 사람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처음에는 이 사람이 왜 이야기에 등장하는 것인지 약간 의아했지만 대미를 장식하는 데 꼭 필요한 인물이자 퍼즐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굉장히 놀라웠다. 그리고는 훈훈한 결말. 크리스티의 소설은 읽을 때마다 '사람'을 잘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추리소설이라고 해서 마냥 사건과 범인 그리고 해결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이 아닌 등장인물의 심리를 세심하게 표현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번에는 이 작품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너도 생각지 못한 일로 생각지 못한 곳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혹시 몰라,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 있을지도."
'🏡 동네 한 바퀴 > 오후의 도서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리뷰 (0) | 2024.01.14 |
---|---|
기묘한 미술관 (아름답고 서늘한 명화 속 미스터리) 리뷰 (0) | 2023.11.29 |
댓글